양화진문화원-홍성사,『로제타 홀 일기 3』 출간
한국에서의 두 번째 해 사역에 관한 생생한 기록
한국에서 2대에 걸쳐 77년 동안 의료선교사로 헌신한 홀 선교사 가족 중 가장 먼저 한국에서 선교사역을 시작한 로제타 셔우드 홀(Rosetta Sherwood Hall 1865~1951)의 육필일기 『로제타 홀의 일기 3』이 양화진문화원과 홍성사에 의해 출간됐다.
이번에 출간된 『로제타 홀 일기 3』에는 로제타가 서울에서 맞은 두 번째 해인 1891년 5월 15일부터 1891년 12월 31일까지, 약 7개월 동안의 행적이 기록되어 있다. 로제타는 1890년 10월 14일 선교목적지인 서울에 들어왔고, 이후 선교지의 상황을 파악할 겨를도 없이 의료 활동에 진력했다. 미국을 떠나 한국에 오기까지의 과정과 내한 첫해 8개월 동안의 행적은 『로제타 홀 일기 1』과 『로제타 홀 일기 2』에 담겼다.
이번에 출간한 『로제타 홀 일기 3』은 그녀가 어느 정도 한국 상황에 적응한 뒤에 기록한 일기이다. 『로제타 홀 일기 3』에는 로제타가 어느 정도 한국의 상황에 적응한 이후 선교사로서의 정체성을 정립해 나가는 과정, 선교지에서 만난 동료 선교사들 사이의 갈등과 우정, 그리고 자신의 뒤를 따라 한국에 온 약혼자 윌리엄 홀과의 재회와 그 과정에서 갖게 된 그에 대한 사랑의 감정이 아주 솔직하게 기록되어 있다.
『로제타 홀의 일기』의 특징은 로제타가 기록한 일기의 본래의 모습을 그대로 볼 수 있도록 각각의 페이지를 사진으로 찍어 수록하고, 그 아랫부분에 한글 번역문을 실어 일기를 읽는 현장감을 극대화 했다는 점이다. 양화진문화원과 홍성사가 이처럼 일기의 모든 페이지를 사진으로 보여주기로 기획한 것은 이 일기가 매우 독특하게 구성되어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일기 뒷부분에는 일기 원문을 그대로 옮긴 영어 원문도 수록하여, 연구자들이 관련 연구를 수행하는데 도움이 되도록 만들었다. 작은 필기체 손글씨로 쓰인 영어로 된 일기를 읽는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닐 것이라는 점을 감안하여 일기를 우리말로 옮긴 에스더 재단의 김현수 박사가 일일이 일기 원문(영어)을 읽고 타이핑하여 수록했다.
로제타가 의료 선교사로서의 정체성 정립해 나가는 과정 볼 수 있어
로제타는 당시 조선 사회에서 소외되고 버려진 사람들을 치료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선교사로서의 사명이 결국 영생을 얻을 수 있을지 알 수 없는 불쌍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는 점을 보다 확신하게 되었다. 1891년 6월 29일 일기에는 이 같은 자신의 마음을 시를 통해 표현했다.
나는 단지 한 마리의 작은 참새입니다. 새 중에서도 미천한 새입니다.
비록 보잘 것 없는 내 인생이지만 자비로운 주님께서 보살펴 주십니다.
세상 곳곳에 수많은 참새들이 있고 흔히 그 참새들을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하늘에 계신 아버지께서는 한 마리가 떨어져도 알고 계십니다.
로제타는 일기 곳곳에 그녀가 겪은 다양한 치료 사례를 기록했으며, 지극히 열악했던 당시 민중, 특히 여성들의 의료 환경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로제타는 일기 뒷부분에 일기에서 기록하지 못한 치료 사례를 별도로 정리해 수록했다.
선교사 사이의 갈등과 극복 과정도 솔직하게 기록
『로제타 홀 일기 3』의 내용 중 흥미로운 부분은 동료 선교사와의 우정과 갈등에 관한 기록이 상당 부분 보인다는 점이다. 무엇보다 당시 이화학당의 책임자였던 로스와일러 선교사 사이에 있었던 갈등은 꽤 깊었다. 무엇보다 의료 선교사와 복음 선교사 사이에서 서로의 일에 대한 견해 차이가 적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고 서로에 대한 이해가 깊어지면서 해소되는 과정을 볼 수 있다.
이외에도 미국에서부터 함께 한국에 온 벵겔 선교사, 선교사 사회의 어른으로 활동한 스크랜턴 대부인, 아펜젤러와 윌리엄 스크랜턴 등 선배 남자 선교사와의 관계에 대한 기록도 적지 않게 기록되어 있어 당시 선교사 사회의 단면을 볼 수 있다.
홀 선교사의 내한과 사랑에 관한 비화(秘話)도 담겨
『로제타 홀 일기 3』에서 가장 특징적인 내용은 그녀를 따라 한국에 온 윌리엄 홀과 로제타와 사이의 사랑에 대한 기록이 아닐 수 없다. 특히 중국으로 파송하기로 결정되어 짐까지 부쳤던 윌리엄 홀이 한국 선교사로 파송되는 과정은 로제타의 간절한 기도에 대한 하나님의 응답이라는 것 외에는 달리 설명할 방법이 없을 정도로 극적인 반전이었다. 그것도 그녀의 생일 날, 윌리엄 홀의 한국 파송이 결정되었다.
그리고 남녀간의 사랑을 알아가는 로제타의 모습도 아름답게 만날 수 있다. 3권에 실린 마지막 일기에서 로제타의 남녀 간 사랑에 대한 인식이 어떻게 바뀌었는지 알 수 있다.
전에는 잘 이해하지 못했던 한 가지를 깨닫게 되었는데, 그것은 널리 인용되고 있는 “사랑하다 헤어지더라도 사랑을 전혀 안 해본 것 보다 낫다”는 말이다. 나는 “아니야, 사랑은 하지 않는 게 좋아”라고 말하곤 했었다. 그러나 지금은 설사 어떤 연유로 내가 의사 선생과 헤어지게 되더라도 나는 우리의 사랑에 대해 더욱 관대한 사람이 되리라 확신한다.(1891년 12월 31일, 목요일 일기)
2017년까지 『로제타 홀 일기』 시리즈 6권 모두 출간 예정
『로제타 홀 일기』 시리즈는 로제타 홀이 한국으로 파송된 1890년부터 의료선교사로 함께 헌신했던 남편 윌리엄 제임스 홀이 소천한 1894년까지 약 5년 동안의 기록을 적은 것으로 선교일기 4권과 두 자녀(셔우드와 에디스)의 성장과정을 기록한 육아일기 2권으로 구성되어 있다.
로제타 홀 선교사의 유족(손녀 필리스 홀 킹과 에드워드 킹 부부)은 2015년 4월 이 일기 원본 6권을 한국기독교선교100주년기념교회 부설 양화진기록관에 기증했다. 양화진문화원은 이 일기에 담긴 내용이 100여 년 전 한국에서 헌신한 선교사들의 생각과 당시 한국의 선교 상황을 잘 보여주는 사료로서의 가치가 크다고 판단하고 6권 모두를 번역 출간하기로 결정했다. 양화진문화원은 2017년 말까지 6권 모두 출간할 계획이다.